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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나비맛 비스킷, 한 입 베어물다 [Pop Busan Reporter]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밴드를 자랑하고 싶었어요. 부산에도 이렇게 실력 좋고 노래도 좋은 밴드가 있다고 말이죠. 그게 기획의도였는데, 어느 순간 그게 어그러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박 감독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비맛은 현재 서울로 진출해 보컬(노은석)씨만 남고 나머지 멤버는 모두 새롭게 영입되어 활동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런 해체와 새로운 밴드 결성의 중대한 시기에 2년을 촬영해오던 박감독이 있었다.

▲ 09년 12/10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나비맛 비스킷' 시사회에 참석한 '나비맛'밴드. 
멤버 교체로 서울에서 활동 중인 현 멤버와 6년 동안 나비맛과 부산에서 활동해온 멤버들과 함께한 박 감독과의 사진.(왼쪽에서 세번째-박경배 감독)


“촬영 중에 제일 힘든 때를 맞이했지만, 그게 다큐멘터리로서 힘을 더 실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위기 속에서 부산에서 인디 음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왜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상황들이 충돌하면서 지역의 열악함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게 된거죠.”

당시 밴드의 리더 은석씨는 조심스럽게 결정된 사항을 털어놓았다. 박감독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은석씨와 술 한잔 걸치며 밤샌 고민 끝에 콘티를 새로 뒤집었다. 평소에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놓지 않고, ‘부산의 GPD’ 로 활동해오길 고집한 그가 지역의 아티스트로 늘 부딪혀온 고민을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었다.

“영화 상영 후,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연극 배우 분께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이 영화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제 이야기이자, 부산의 문화인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문화계 특히 지역의 문화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일단은 좋아서 시작했어도 현실적인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힌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영화 속 나비맛의 보컬 ‘노갈’ 역시 노래를 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 아르바이트 때문에 노래를 못하는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에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인정받지 못할 때, 그 좌절과 설움은 더 컸을 것이다. 

“은석이 형도 부산에 있으면서 음악을 하려고 다른 일들을 많이 해요. 근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못 받아요.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데 개런티도 너무 짜고 음악하는 사람들을 너무 홀대하니까요. 그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수요는 좀 있는 것 같은데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게 처음에 좀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제가 그 가치를 이야기 하고 계속 설득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런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서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못하는게 아니라 이걸 극복하고 내가 이렇게 작업을 해오고 있고,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영화를 찍으면서 그는 역설적인 부산 시민들의 반응에 씁쓸했다고 한다.

“나비맛 비스킷을 처음 촬영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 반응은 시큰둥 했거든요. 근데 우리 곁에서 7년이나 있었던 나비맛이 우리를 떠나서야 (서울에 올라가서야) EBS 공감과 같은 공중파에서 간간히 출연하고,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같은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도 인정받고 나서 제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그런 역설적인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참 씁쓸함 같은 걸 느꼈어요.
” 이런 연유로 그는 부산사람들이 좀 더 자신들의 문화를 돌아보고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고, 그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싶다고 했다. 


‘나비맛’은 어떤 맛일까?

‘나비’라는 시각적 느낌에 ‘맛’이 더해져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그런데 이번엔 이 ‘나비맛’나는 비스킷을 만들었다고 한다. 부산 출신 록밴드 ‘나비맛’ 의 이야기를 비스킷처럼 가까이 그리고 맛있게 담아낸 부산 출신 박경배 감독의 첫 독립영화 데뷔작이다.

박 감독도 이번이 첫 영화고, 나비맛 역시 09년 1월 공식 첫 앨범을 냈다. 하지만, ‘신인’이라기엔 나비맛은 이름만큼이나 다채롭고 깊은 음악성을 지녔다고 평 받고 있고, 박 감독 역시 비 전공자임에도 올해 30에 접어든 영상 감독치고 다양한 영상 경험을 지녔다. 이들의 인연은 박 감독의 대학시절 ‘재미난 복수’의 미디어팀장과 음악가로서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 박 감독은 ‘나비맛’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 시사회에서 영화 상영 후 작은 콘서트를 연 나비맛의 모습.


이 말을 하는 박감독의 얼굴 역시 씁쓸해졌다. 마침 차가 나오고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우리 곁을 떠나 훨훨 날아가버린 ‘나비맛’의 행보를 우리는 반복해야 하는가 하고.

박 감독과 같이 부산의 문화를 잘 알고 사랑하는 문화인을 또 한 명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올해 계획을 물었다.


“ 제가 20대에 주로 ‘부산, 문화,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시민단체 활동도 좀 해왔어요. 그래서 이런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를 잘 시켜서 가까이 있지만 그 가치를 미쳐 알아보지 못한 우리 주변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지역 밀착형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에요. 비즈니스 모델만 잘 구축해내면 제가 찍고 싶어하는 다큐도 지속적으로 찍을 수 있고, 저와 같이 지역에서 영상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좀 덜고 영상 활동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나비맛 비스킷’은 현재 정확한 재상영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국도 예술관과 각종 영화제에 출품 예정이다. 곧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올 ‘나비맛 비스킷’이 나비맛처럼 인정 받기도 전에 멀리 날아가버리기 전에, 이번 만큼은 우리 곁에 붙잡아 두었으면 좋겠다.

 등록 일자 : 2010-01-13 (in Pop Busan)

팝 부산에서 명예기자단 2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정 기자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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