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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문화매개공간 '쌈'_ 회색 지하에서 만난 소통의 장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1-25 


 
 지하철 공간이 단순히 편리한 교통 수단으로서의 공간을 뛰어넘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 장소로, 친구 또는 연인끼리 만남의 장소로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공간의 장소로 활약하고 있다. 한 곳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모두 즐거운 얼굴로 콘서트를 구경한다. 또 시선을 돌리게 하는 광고판의 홍수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과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지하철 공간이 하나의 광장이 되는 것이다. 이 광장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일상의 소박한 행복들을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 문화 매개공간 '쌈'의 내부 모습. 일반 전시가 없을 때엔 작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작품까지 사고 팔 수 있는 프리마켓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지하철 공간의 진화가 2010년엔 어떻게 우리에게 보여질까? 수영역 4번 출구에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문화 매개 공간 '쌈'이 한 예. '쌈'은 통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외관으로 은은한 조명이 번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풍기는 따뜻하고 세련됨이 먼 발치에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갤러리 카페'와 같은 인상을 가졌지만, 이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지난 5년 동안 부산 교통 공사는 부산 도시 철도 예술제를 진행해왔으며, 다양한 예술 단체와 협력해 공연 및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내 놓았다.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창작품 역시 전시 할 수 있도록 하여, 생활 밀착형 참여 예술 프로그램으로 공감대를 이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선 '쌈'은 수동적이고 단기적인 문화 서비스에서 벗어나 자체 기획단이 운영하는 장기적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적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쌈 내부 모습, 부산 문화소식지들과 팜플렛들이 놓인 테이블() 작은 카페테리아 옆에는 차를 마신 후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넣도록 하는 고양이 저금통이 놓여있다.



 취재 당일 방문한 쌈은 조금 썰렁한 모습이다. " 아시아 공동체를 후원하는 프리마켓은 당분간 쉬고 있어요. 대신 곧 있을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전시기획담당자 이상화(남)씨의 설명이다. 작가와 일반인 구분 없이 작품을 들고나와 자유롭게 사고 파는 프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또한 공간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BAR에서는 음료를 제공하는데 자유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시아 공동체 운영비에 보태진다고 하니, 방문 시엔 따뜻한 차를 마시고 귀여운 곰돌이가 배고프지 않게 지폐로 배를 채워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프리마켓은 현재 아쉽게도 끝난 상태. 3월 달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날씨가 풀리면 재미있는 물건과 이야기로 가득한 예술 장터에 찾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 따듯한 조명한 이색 전시품들이 통 유리를 통해 과감히 보여지는 외관을 가졌다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과의 편안한 소통의 장이 되고자 하는 바램이 외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프리마켓은 주로 '쌈'을 중심으로 밖으로 뻗은 지하도에서 열린다. 오고가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 이다. '쌈'은 지하철 공간 안의 지하 상가 13호와 14호를 터서 만든 곳이다. 내부 공간을 가졌지만, '쌈'의 외부에 펼쳐진 길 역시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시민과 직접 부딪혀 만나야 할 작품은 밖으로 직접 나가요. 하지만 또 내부로 끌어들여야 하는 작품은 안으로 들고 들어오죠. 다양한 공간 활용성이 큰 장점이에요."  전시는 40대 이하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 중심으로 기획 중이며, 누구나 무료로 대관도 가능하다. 대관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artspacessam.cafe)에서나 쌈으로 직접 방문하여 신청하면 된다.

 

▲ 1/22~2/4일까지 '쌈'에서 열릴 2인展이 열린다.
왼쪽은 '구금란'씨 작품 'Dreamer's house', 오른쪽은 '한충석'씨 작품 '자기계몽' 이다.


 
곧 열릴 전시는 공예_구금란 회화_한충석 2인展으로 'Today I...'라는 전시이다. 구금란씨는 불안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나와, 나와 같은 현실을 가진 다른 걸어 다니는 자아들을 위한 ‘paradise’를 제공한다. 삭막한 시멘트 벽에서 찾은 고운 색 조각이 마치 꿈의 조각들 같아 보이는 작품 'Dreamer's house'가 인상적이다. 또한 한충석씨의 회화는 '정체성 확인' 이라는 작업 모토를 가지고 활동해오고 있으며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 'self-enlightment (자기계몽)'은 스스로에 대한 자기이해와 자기훈련을 통해 자신의 상처나 불안감등의 내적인 문제를 치유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표정이 살아있는 얼굴과 식물과 소통하고 있는 듯한 간결한 배열 속에 담긴 작가의 의지가 나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 나를 돌아보고 흩어진 꿈의 조각을 찾아 또 한 해를 알차게 시작해야 하는 신년에 더욱 의미 깊은 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월 22일부터 2월 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 영화감독 김희진씨가 목요일 있을 ‘쌈 수다’에 앞서 영화 동회회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일반시민들 역시 ‘쌈 수다’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와 만날 예정이다.



 앞선 전시 이외에도 차 후 다양한 전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쌈'은 단순한 전시 공간 이외에도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놓치지 않는다. ' 쌈 수다 ' 프로그램은 다양한 문화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영화 감독 '김희진'씨와 함께하는 영화 '원스ONCE'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7시부터 노래,무용, 미술, 음악 이야기를 5주간 ( 1/21~ 2/18 ) 나눌 예정이다. ' 쌈 수다 '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일반 동호회에서 회의를 하고 싶다면 5시간 이하로 대관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 우리 집 앞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취재를 하며 이런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 이런게 서면에 있음 사람들 줄 서서 들어갈 것 같아요 " 쌈을 방문한 한 방문객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차 후에 다른 곳에도 만들어질 수 있냐고 묻자, 담당자는 '쌈'의 성공이 그 행보를 좌우할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문화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돗자리를 깔아주었으니 그 곳을 어떻게 이용하냐는 '시민의 몫, 나의 몫' 이라는 소리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쌈'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도록 하자. 가끔은 그냥 평범한 카페나 갤러리로 알고 출입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 '쌈'의 문화매개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널리알려져 이런 좋은 공간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