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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남포동 고갈비 골목, 시간을 거슬러 희망을 -

남포동 고갈비 골목, 

시간을 거슬러 희망을 -












남포동 고갈비가 유명한 건 오래 전 부터 알고 있었다.

 

형부가 좁다란 고갈비 골목길을 통과하면서

"처체, 꼭 한 번 가봐. 끝내줘" 했을 때도 - 

어디 부딪히는 데는 없는건지 아슬아슬한 마음만 들었다.

 

그래도 입맛도 꽤 까다로우시고 -

일적으로는 더더욱 고급진데(?!)만 가시는 분인데,

그런 형부가 추천하는데는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던 조카가,

눈 깜짝할 사이 집을 뒤집어 놓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남포동이 조금은 낯설어 질 때 쯤,

돌아온 부산은 내게 가고싶은 것 투성이인 새로운 도시였다.

 

특히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을 만큼 그리웠던 광안리 바닷가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진한 바닷내음과 '복작복작' 사람냄새나는 맛있는 소리로 가득한 남포동은

내게 향수 그 자체였기 때문에 거리를 걸을 때면 유독 서울 생활이 끝났음을 

묘하게 곱씹게 되는 그런 장소이기도 했다.

 

 

오빠와 나란히 손잡고 남포동을 걸으며,

가야할 곳을 하나씩 읊어대는데 - 고갈비에 소주 마시기가 꼭 들어갔다.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그 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아마도 죽을 때까지 기억하게 될 날을,

세월이 흔적이 잔뜩 베어있는 소박한 그 곳에서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가을이면 분명 고등어 제철인데 - 옛날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동포동한 고등어 살이 갈비라 불러도 될 만큼 쫄깃하고 담백했다.

 

고갈비라는 생소한 이름의 요리가 바로 고등어 구이라는 사실을 안건 -

겨우 대학생 때 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배운거지...??;; ㅎㅎ

 

변명을 해보자면, 생선을 워낙 싫어해 중학생 이후에나 

갈치 외에 생선을 겨우 먹기 시작했고 - 회나 초밥은 20대 중반에야 

먹기 시작했다. 이제야 다양한 물고기 종류에 관심이 가니깐 뭐..

 

어찌됐건 고갈비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우리가 갔던 고갈비 할매집과 그 뒤에 있는 남마담집이 

'고갈비'라는 말을 처음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80년대에 이 원조 골목에서 널리 알려졌고 - 

70년대 부터 있었다고 하니 족히 40년은 넘은 역사가 숨쉬는 곳이다.



 

 

> "할머니 여기서 오래 장사하셨죠? 얼마나 되셨어요?"

 

대답 대신에 먼저 담배를 한 대 태우시는 할머니.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막 들어서기 전부터니까 한 40년 됐네. 그때 고갈비 한 접시에

100원 했지."

 

> "고갈비라는 말은 할머니가 만드셨어요?"

"아니. 학생들이 만들어 줬지. 고등어를 갈비 처럼 구어서 먹는다고 고갈비라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먹는다고 높을 고자 붙여서 고갈비라 부르기도 했지. 이거 말고도 소주는 이순신꼬냑, 막걸리는 요구르트, 마시는 물은 오리방석(오리가 물 위에서 타는 방석이란 뜻)이라고 막 지어 내더라."

 

- 고갈비 할매집 인터뷰 中 -

 

 

 

그 때만 해도 고갈비 하나에 100원이 넘었다니,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기분이다.^^

학생들이 마시는 물은 오리방석이라 불렀다는 것도 너무 귀엽고....^^

 

 

푼 돈으로 골목퉁이에서 소주나 한 잔 두 잔 기울이며,

갈비보다 더 값비싼 시간을 지낸 이들의 마음이 담긴 '고갈비'

 

루시드폴의 '고등어'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

 

소박한 행복, 이 마음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대와 ...






- 고등어 -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