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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극단 자유 바다_노기오의 별난 여행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6-14



  전극 연극제를 며칠 앞두고 방문한 극단 자유 바다는 정신 없이 바빴다. 연극 때문만 아니라 극단 내부에도 여러 변화가 있어서 일까,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광안리의 푸른 해변가에서 창작 실험극을 해오던 자유 바다는 최근 그들의 거점을 중앙동으로 옮겼다. 작년 말, 때 마침 계약이 만료되어 연장 계약을 고민하던 중 원도심 사업에 신청서를 내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막바지 연습을 점검하는 스텝들.


 
 이런 외관적 변화도 있었지만 내부 변화도 이었다. 주로 월남전이나 박정희 정권 시대 등, 현대사와 관련된 연극을 해오던 그들이 아동극을 시도하는 것이다. "평소 아동극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준비도 해왔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아동극을 선보이기 위해서 ‘기린’이라는 극단 이름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라는 강혜란(여, 44세) 대표의 말에서 짧은 휴식기를 가졌지만,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자유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동극단 ‘기린’이 이번 전국 연극제에서 선보일 작품은 ‘노기오의 별난 여행’이다. 이 극은 ‘마법의 성과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06년에 선보였고, 07년 같은 이름으로 부산연극제에 오른 작품이다. 극본은 자유 바다에서 꾸준히 작품을 써왔으며, 최근 ‘나! 테러리스트’라는 희곡집을 낸 정경환 작가가 맡았다. 이번 전국연극제에서는 특별히 제목과 배우도 바뀌었으며, 스토리에도 작은 변화를 주었다. 그러나 “상상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메시지는 변함없다. 
 


▲ 06년, '마법의 성과 피노키오의 모험'이름으로 올라 갔던 작품



  연극의 주요 내용은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가시는 동안 시골의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게 된 노기오의 모험 이야기다. 함부로 메뚜기 다리를 떼고 꽃을 꺾던 철 없는 노기오가 피노키오와 떠난 별난 모험을 통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하는 마음 등을 일깨워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극 중간 중간 음악도 흘러나오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고, 피노키오를 구하기 위해 노기오와 함께 밧줄을 당겨주는 등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장면이 많아 1시간 가량의 연극 시간 동안에도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 것이다. 


▲ 한창 연습 중인 3명의 배우.



 극은 이동희, 권은하, 안진희 3명의 배우가 연기하고 있지만, 1인 2역을 맡아 노기오, 꽃의 요정, 피노키오, 할아버지, 곤충거인 5가지 캐릭터를 맡고 있다. 무대 역시, 숲 그림이 배경으로 그려진 액자 틀 형태의 무대가 하나 설치되어 있는 것은 간단했지만 소품과 조명을 자유 자재로 움직여 여러 공간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이게 바로 연극의 묘미가 아닐까? 큰 검정색 박스 상자에 불과하던 곳은 연극이 시작되자 산새가 지져 귀는 푸른 숲에서 바다로 변하고, 꽃과 곤충, 나무 인형이 생명체로 느껴지는 상상의 나래를 눈과 귀, 그리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중앙동 2번출구의 유심 하우징 건물 3층.



  즐거운 상상을 현실 속에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1993년 극단 ‘고마’로 창단한지 어언 7년 째, 연극제가 끝나고 나면 9월에는 자유 바다의 이름으로 ‘이사가는 날’을 중앙동에서 정식으로 올릴 예정이다. 오는 12월에는 세계 명작 시리즈로 안톤 체홉의 작품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연극 인생이 노기오의 모험처럼 험난할 지도 모르지만, 좋은 친구와 즐거운 상상의 나래 속에서 마음 따뜻한 깨달음으로 가득했으면 한다.  


공연 시간: 11일(금) 10:30/ 11:30, 12일(토) 11:00/14:00
위치: 중앙동 2번 출구 유심 하우징 빌딩 3층
전화: 051)441-2733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