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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부용동_갤러리 나무(NAMU)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6-10


  좋은 그림이 주는 감동은 많이 배웠거나, 많이 가졌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에 대다수의 갤러리는 해운대에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서부산권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롯데백화점 광복점 오픈, 원도심 사업의 활성화 등으로 활기를 되찾은 서구에 반가운 희소식이 들려왔다. 서구 화랑초교 맞은편 구 솔거그림틀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 ‘NAMU(나무)’가 오픈한 것.

▲ 갤러리의 이름 '나무'와 걸맞게 목재를 사용한 깔끔한 외관.



  깔끔한 목재 외관에 빨간 문이 인상적인 외관은 작고 세련됐지만 따뜻한 인상을 풍겼다. 도로가 모퉁이에 자리한 이 곳은 길가다 만난 나무 그늘에서 맛 본 달콤한 휴식과도 같았다. 올해 4월에 오픈한 나무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취미 생활로 시작한 미술에 푹 빠져 화랑 운영까지 시작하게 된 관장 전수열 (여,56) 씨가 운영하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임상진 작가의 8번째 개인전이 열렸고, 뒤이어 주목받는 젊은 작가 박성열씨의 기획 초대전이 열렸다. 현재 특별한 전시 기간은 아니지만, 임상진 작가의 작품과 박성열씨 작품을 몇 가지 개인 소장해 전시하고 있는 중.


▲ 임상진 작가가 최근 작업한 풍경화와 불상을 피사체로한 작품.


▲ 임상진 작가의 '佛', 박성열 작가의 'The Vestiges'



 임상진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불상을 피사체로 한 작품과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다. 2호 크기에 불상의 다양한 표정과 형태를 담은 ‘108 불상’의 일부인 36점이 있다. 또 돌부처의 인상적인 표정을 클로즈업 한 작품 ‘彿’이 시선을 끈다. 모래와 석회 가루를 이용해 화면의 마티에르를 살려 입체감을 지닌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를 담은 풍경화 역시 인상적이다. 유화임에도 수채화처럼 맑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아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중 작가의 처가인 남해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특히 많다고 큐레이터 최문영씨가 귀뜸해 주었다.


▲ 한 관람객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박성열 작가의 'The Bugler'.



 임상진 작가의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면, 박성열 작가의 작품은 젊은층을 사로 잡는다. ‘The Bugler’ 시리즈는 말 그대로 ‘나팔수’, 나팔부는 한 인물과 인상적인 배경이 담긴 작품이다. 한 소녀가 눈 쌓인 겨울 나무 앞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암초 위에 서서, 화창한 햇살 속 꽃밭에서 나팔을 부는 모습은 소리 없는 그림이지만, 각각의 사연을 담고 각각의 다른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갤러리 입구에 붙은 100호 사이즈의 작품은 최근 박성열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The Vestiges’ 연작 시리즈 이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그림은 홍콩 옥션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전시를 통해 전시 관계자와 갤러리스트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무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임상진 미술연구소’를 운영하여, 그림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도 문화교실을 열 예정이며, 지역작가들은 물론 시민들도 전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여 지역민들과 호흡하고자 한다. 또한 일년에 3~4번 좋은 작가를 모셔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나무의 창설 배경을 살며시 물어보자 거창할 것 없었다며 손을 내젓는 임상진 작가. “ 좋은 그림은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는 일이에요. 저도 이 지역 주민이지만, 제가 느끼는 그림의 즐거움은 이곳 분들이 오고 가는 길에 함께 나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상업 갤러리 보다는 지역민들의 소박한 문화 소통의 장을 지향하는 갤러리 나무의 행보를 기대해 보자.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