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서대신동 - 푸르미 나누미 푸드마켓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4-22

  “콩 한쪽도 나눠 먹어라”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精(정)의 민족 대한민국에서 나눔의 시작은 이렇게 콩 한쪽, 음식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속담이 주변 사람들과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먼 것이 되어버렸다.
 
  푸르미 나누미 푸드마켓은 푸드 뱅크의 유럽식 형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 받은 음식을 각 가정에 배당해주는 푸드 뱅크와 같은 중앙 공급 형태는 수혜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여러 배급 단체의 정보 공유가 힘들어 중복 배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유럽에서 푸드 마켓의 형태를 고안해내 성공적으로 운영하였고, 최근 서울시의 성공적 도입을 발판 삼아서 전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



  푸드 마켓은 시에서 6개월 단위로 생활보호대상자,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선정하여 매달 2만원대의 물건을 직접 선택하여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초기에 설치한 ‘서구, 동구, 중구, 영도구’ 4개 지점에서 매달 8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하였고 현재 8개로 지점이 늘어나서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품목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구 지점 대표이사 조생래(남)씨는 다양한 물품 구성보다는 꼭 필요하며 선호도가 높은 물건을 넉넉하게 확보해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푸드 마켓은 클라이언트 중심의 시대 흐름에 걸맞는 복지 형태이며, 꼭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이들에게 식품이 배분되기 때문에 수혜자도 만족할 수 있고 후원을 하는 이들의 목적에도 더욱 맞는 복지 방식이다. 

이런 푸드 마켓이 부산에서는 현재 총 8개의 사업장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중 ‘푸르미 나누미 푸드마켓’이라는 이름으로 09년 6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서구 지점을 방문하였다. 초록색 바탕에 귀여운 당근 캐릭터로 깔끔하게 디자인된 간판과 흡사 편의점을 연상케 하는 잘 정돈된 매장 내부는 ‘복지’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부족한 일 손에 삭감된 예산 까지...
더욱 절실해진 후원의 손길 

   
매장을 운영/관리하고 계신 신순선(여, 사회 복지사) 씨는 인터뷰 와중에도 방금 도착한 상품 정리에 분주하였다. 그는 매장 관리에서부터 손님 맞이, 기부 상품 정리 등을 혼자 하고 있다. 매장이 작아 보여도 할 일이 태산이라 일손이 부족해 고민이라는 신순선 씨. 그는 “보조에 그치는 자원봉사자보다 좀 더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일손이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라며 꾸준한 봉사자들이 필요한 상황을 전했다. 

 

 ▲ 대표이사 조생래씨와 사회복지사 신순선씨.


    게다가 그들의 고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보건 복지부가 각 지역 푸드 마켓에게 1억 8천 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여 매장준비 등의 기초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운영비에 보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사업주체가 지자체로 바뀌어 지원금이 대폭 삭감해 물품 구매는 모두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주 식재료 부터, 냉장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 구성. 제품마다 스티커가 부착되고 점수가 매겨져 있다.


 
 
이처럼 복지 시스템은 조금씩 개발되어 가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탄탄하게 하는 결정적인 뒷받침은 ‘후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켓에 기부라고 해서 대량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충무동의 한 소규모 식당 주인은 서구 복지관과 연결하여 매달 일정 분량의 식자재를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푸드 마켓은 단순한 ‘마켓’의 기능을 넘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생래 씨는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음식과 연관지어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다른 건 몰라도 음식은 꼭 나눠서 먹곤 했어요. 푸드야 말로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알맞고 복지의 정신과 가장 잘 부합되는 분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좋은 의도에, 좋은 시스템을 갖췄는데도 매번 후원 때문에 발품을 팔고 다니고 있는 마켓 운영진들의 모습에서 일반인과 각 업종의 사업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 매장 내부의 모습. (오) 오늘 후원받아 온 라면 박스. 뒤쪽에 창고가 있다. (왼) 사무적인 업무도 함께 볼 수 있으며 여느 편의점과 같은 깔끔한 모습.



 후원은 생각보다 까다롭거나 번거롭지 않았다. [1688-1377]으로 전화해 기부 의사를 밝히면 작던 크던 후원 물품을 직접 받으러 가고 있다. 특정 지정 기탁도 가능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꼭 필요한 대상자를 선정하여 그 뜻이 잘 전해지도록 하고 있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생필품 등 다양한 물건들도 모두 기부할 수 있다고 하니, 콩 반쪽으로 얻을 수 있는 큰 기쁨을 서둘러 얻어가길 바란다.


푸르미 나누미 푸드마켓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2가 94-1번지
051) 941-1367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