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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서구 문화의 요람_ 꽃마을과 구덕문화공원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5-11

 
대신동 구덕산 산자락에 위치한 꽃마을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거대한 화훼단지가 있던 곳이었다. 6.25가 터지기 전 이 곳에는 주막집 몇 채뿐 이었는데, 전쟁이 터진 후 몰려온 피난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꽃 재배를 생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꽃마을’ 로 불리우기 시작한 이 곳은 2003년부터 마을에 진입도로가 확장되고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그 모습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 산 중턱에 자리 했지만 잘 닦인 도로와 현대식 건물로 가득찬 꽃마을로 변한 모습.



 

▲ 꽃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숨바꼭질' 컨셉으로 그려진 재미있는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꽃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도록 많은 꽃들을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구덕산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꽃마을이기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곳은 승학산과 구덕산들 찾는 등산객들의 마지막 하산 코스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곳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린 뒤엔 함께 등산한 이들과의 즐거운 회포를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이런 등산객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먹거리 장사가 제2의 꽃마을을 만들어 냈다. 이 곳의 시락국, 도토리묵, 막걸리, 오리 백숙이 꽃마을을 대표하는 주요 메뉴다.


▲ 맛있게 비벼나온 도토리묵(왼)과 담백하고 구수한 시락국 정식(오)



 그렇다면, 제 3의 꽃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부산시 서구청은 꽃마을 바로 위 쪽에 구덕문화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04년도를 시작으로 수목원, 교육 역사관, 목석원예관, 민속생활관, 구덕골 청소년 수련원 등등 다양한 문화 시설을 차례로 완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양한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표현의 장으로 거듭나야 할 다목적 홀의 전시공간도 참여율이 저조하여 현재 확정된 전시 일정은 없다고 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꽃마을 자연문화예술제도 일반시민들이 가까이 하기엔 공간적으로 동떨어져 있어 참여율과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 구덕문화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왼), 수목원(오)


 
  하지만, 그럼에도 꽃마을과 구덕문화공원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실제로 취재를 하며 만난 구덕문화공원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등산을 즐겨하지 않는 일반인도 마을 버스 한 대뿐인 대중교통이지만 도시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에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서구청의 모습의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다목적홀의 전망대는 산 정상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험하고 높은 산 길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을 배려한 나무 계단이 위치해 편리함을 더하고, 산 속에 흩어져 있는 시설물들의 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표지판, 그 길 중간 중간에 놓여진 다양한 조각상들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않아 새 지저귐 소리를 듣고 푸른 녹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평화로워 진다. 


▲ 구덕문화공원으로 들어서면 산림욕하기 좋은 길이 금세 펼쳐진다. 보행자를 배려한 나무 계단은 하얀 벚꽃 잎이 눈처럼 내려 더 아름다웠다.



▲ 교육문화관. 옛날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관람하기 좋은 곳이다.



▲ 다목적홀 외관에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부산 서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경이 펼쳐진다.



  등산객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에 그쳤던 꽃마을은 구덕문화공원이 가진 무궁한 잠재력을 배경 삼아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문화 요람으로의 변하고 있다. 아직도 ‘꽃마을’을 그저 ‘시락국이 유명한 마을’, 등산 후 들려 밥먹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문화 공간의 중심에 선 꽃마을을 다시 한 번 찾아보도록 하자.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