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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예다손 떡카페_ 사하구 신평동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6-11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먹거리 떡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리타분한 이미지와 동네 방앗간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런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들어 한식의 세계화 바람과 더불어 떡의 재해석 붐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떡 카페가 들어섰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핑크색의 간판과 탁 트인 통 유리가 떡의 이미지를 한층 세련되게 한다.



  옛날 떡에는 깊은 맛이 났다. 지금도 수 많은 떡 방앗간이 있지만, 제대로 된 떡 맛은 찾기 힘들다. 그 원인은 모든 음식 맛의 기본인 재료에 있다. 잊혀져 가는 전통의 맛과 색을 찾는 예다손의 모든 재료는 최상급을 사용하고 있다. 떡의 맛의 핵심인 쌀은 1년도 되지 않은 것을 사용하며, 7일 안에 반드시 소진한다. 또한 콩과 밤 등의 부재료도 수입산에 비해 때깔이 좋지 못해 시각상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깊이 있는 맛과 건강에 대한 고집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단, 알로에는 미국산, 팥은 중국산, 호두는 칠레산 등 국내산 재료보다 더 뛰어난 품질을 지닌 수입산은 원칙에 맞춰서 선별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다손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떡집을 비롯하여 일반 떡 가게들과 경쟁하기에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 은은한 호박향이 매력적인 호박 설기와 쫄깃한 인절미와 고소한 콩고물 맛이 일품인 떡빙수.


 
  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좋은 재료를 쓴 음식은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티가 나는 법이다. 예다손의 떡은 담백하고도 깊은 맛을 자랑한다. 몇 번 입을 대고 나면 쉽게 질리는 다른 떡집의 설기와는 달리 씹을수록 단 맛이 베어 나온다. 좋은 쌀을 쓰지 못한 떡은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다량 넣게 되어 깊은 맛을 잃을뿐더러, 쉽게 굳게 되기 때문에 유화제를 첨가할 수 밖에 없다. 이 유화제는 다량 섭취하면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무서운 첨가물이다. 게다가 방부제도 첨가했을 테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유난히 아이를 둔 부모님들의 발길이 잦고 최근엔 빵이나 피자 대신 반 아이들의 간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하니, 음식에 있어서 현명한 어머니들의 까다로운 심사도 통과한 셈이다. 


             ▲ 예다손 카페 내부(왼)                                                 ▲ 여러 종류의 떡이 진열된 모습(오른).



  눈에 금방 금방 들어오지 않았던 색 역시 이해가 갔다. 예로부터 은은한 멋을 낼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미감이 떡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잘못 전해져 온 것일 뿐이었다. 자연에서 온 천연 재료로 색을 곱게 입힌 한복에서 느껴졌던 은은하지만 깊이가 있던 우리의 색을 이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색소를 이용해 진하고 알록달록한 멋을 낸 음식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다손의 떡은 자연 그대로의 색을 음식에 담아 맛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저희 집의 떡들은 겉을 번지르르하게 포장하기 보다는 보이는 그대로, 혀 끝에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맛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떡만큼이나 푸근한 인상의 경남지역 지사장 석균암(남, 44세)씨의 철학이 묻어나는 말이다.


▲ 예다손 석균암 경남지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다손은 40년 전통의 떡집을 운영해오던 창억 떡집이 카페형태로 좀 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경남지역의 1호 본점인 부산 신평점은 아직은 ‘떡카페’라는 생소한 개념에 인지도 역시 낮아 가게 운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고품질을 지향하는 등, 상대적으로 상류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통에 위치한 이 곳의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있고, 돌잔치 떡, 답례떡, 이바지 떡 등으로 반응도 좋아서 매출이 훌쩍 뛰었다고 한다. "이바지 떡이라는 게, 딸을 보내는 부모가 우리 딸 예쁘게 봐달라고 정성을 가득 담아서 보내는 것이잖아요. 근데 거래가 끝나고 나서 물건은 받은 사돈댁에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어딘데 이렇게 맛있냐고. 그러고 또 주문한 딸 댁에서 전화가 왔어요. 너무 고맙다고. 이럴 때 참 보람을 느껴요." 선조 때부터 기쁜 일을 함께 나누기 위해 꼭 나눠먹곤 했던 떡은 우리 민족의 기쁨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소중한 우리 전통 음식이 외래 음식에 치여 설 자리를 잃은 지금,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인 예다손의 의미있는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 낱개 별로 포장되어 있는 떡은 예쁜 박스에 담아 포장이 가능하며 시식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예다손은 현재 200여가지 종류의 떡을 매일 조금씩 다르게 내놓고 있다. 또 카페답게 전통차를 필두로 한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서 인절미 치즈 스틱, 빨간 떡볶이, 떡빙수 등의 계절과 타겟에 맞는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당도 인절미와 무기농 주스 등이 개발단계에 있으며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서 유통기한이 조금 더 긴 상품을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또한 경남지역에서 함께 예다손을 이끌어 갈 사업주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신평 하남초교 맞은편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금세 눈에 띄는 현대식 디자인의 예다손이 보인다. 1호선의 제일 끝에 위치해 지리상 방문하기 힘들다면, 배달 주문을 고려해보자.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쉽게 잊지 못해, 떡 값보다 비싼 퀵 배달비를 지불해가며 주문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예다손은 3만원 이상 50% 부담, 5만원 이상 무료로 퀵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위치 : 부산광역시 사하구 신평동 593-6번지
문의 : 051)201-3211


※ 이 글은 2010년 부산은행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사이트 '팝부산'의 문화기자단 2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