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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정길 위에서,/부산, 투박함과 세련됨 사이

동대신동_ 갤러리 카페&멀티샵 '드가' [Pop Busan Reporter]



등록일자 : 2010-08-19
글=김민정 기자, 사진=김태열 기자




 현재는 많이 쇄락했지만, 5년 전만 해도 부산의 최고가 부동산 지역이었던 동대 신동은 낙후라는 표현을 쓰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작지만 여전히 북적이는 시장통, 옛 명성은 잃었지만 주민들의 건강과 친목 도모 장소로 안성 맞춤인 구덕 운동장,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우가 멋진 꽃동네로 향하는 길목이 주민들 가까이 밀착되어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학교가 꽤 있어 웬만한 식당과 카페 등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곳에 위치한 카페 ‘드가’는 담배 연기 없이 주부들이 차 마시기 좋은 곳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 한국화 소품 상설전이 열리고 있는 카페 '드가'의 외관.



  취재 전 알고 지냈던 ‘드가’의 작고 소담한 카페 안은,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와 몇가지 전문 그림 서적으로 채워져 있어 커피와 그림을 좋아하는 듯한 여주인의 카페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네 카페에서 찾을 수 없었던,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카페를 만나니 반가웠다. 그리고 리 모델링 된 드가를 다시 한 번 방문했을 때, 갤러리 카페로 한 층 더 그 폭이 넓어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 소박하게 꾸며진 카페 내부의 한 벽면에서 그림과 커피에 관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제일 먼저 궁금했던 질문은, ‘드가 좋아하세요?’ 였다. 무희 그림을 즐기는 드가, 그래서 혹시 주인장이 무용을 전공한 건 아닌가? 한 쪽 구석에 살며시 올려져 있는 책, 폴 발레리의 책 ‘드가,춤,데생’를 보며, 글쟁이는 아닌가, 그녀를 기다리며 수 많은 상상의 가지치기를 해갔다. 그리고 한 창 후에야 무더위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최근 커피 공부에 푹 빠진 '황미숙' 대표의 모습.



 ‘드가’는 황미숙(53,여)씨가 학창 시절 좋아했던 화가였는데, 마침 카페를 시작하게 되면서 붙이게 되었단다. 화가의 이름을 카페의 이름으로 한 데에는 아마도, 그의 남편 ‘이영’ 화백의 영향이 컸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든다.

▲ 황미숙 씨가 특히 좋아하는 드가의 작품 'The star'가 걸린 카페 내부.


 
갤러리 카페로 변모한 ‘드가’의 첫 전시의 주인공은 역시나, 그녀의 남편 이 영 화백의 전시 [한국 화가 이영 소품 갤러리 展] 이다. 이 전시회에서 한국화 2세대인 이석우, 이규옥 선생의 사사를 받고 전통화의 맥을 이어온 화가 이영씨의 독자적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 이 영 화백의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부산의 많은 예술가들이 해운대로 속속히 집결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서대 신동 토박이 이 영 씨는 서구민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의 그림이 서구, 특히 구덕산으로 부터 영향을 받고 있기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구를 그의 부인과 함께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현대인에게 서양화보다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한국화인 그의 그림에서 한결 같지만 언제 봐도 아름다운 고향땅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묘하게 느껴진다.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네의 가치가 화폐의 크고 작음에 따라 순위를 메겨지고 있는 요즘, 다시 한 번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전시였다.


 

▲ 멀티샵과 함께 꾸며져 있는 카페 내부의 모습



  
주부들을 위한 수다 공간으로 시작한 이곳은 카페에서 갤러리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고, 멀티샵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멀티샵은 황미숙씨가 평소 눈여겨 봐뒀던 상품들을 구매해 와 주부들이 차를 마시면서 쉽게 쇼핑도 할 수 있도도록 만들어 졌다. 물건은 한 달에 5번 정도 직접 구매를 해와 신상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오래도록 좋은 그림을 보며 익혀온 안목이 일상 생활 소품을 고르는 센스에서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 차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는 한 주부에게 그림 설명을 해주시는 황미숙씨.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화가 이 영씨가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갖고 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듯 그녀 역시 ‘드가’를 차 마시는 커피숍을 넘어 서구민들이 예술적인 정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익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고자 한다. 특히, 주부 층 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카페’로서 시작단계인 드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여러 기획전과 함께 일반인 및 학생들에게 무료로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문화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 저녁 무렵의 '드가' 외관 모습. 동대신동 전철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드가는 쉬는 날 없이 연중 오픈한다. 보통은 황미숙씨가 운영하고 있지만, 목요일과 일요일은 젊은 남자 바리스타가 운영한다. 커피 전문점으로 특히 카푸치노 맛이 좋다고 추천해주시는 사장님. 또 과일은 여름을 맞아 새콤 달콤한 종류의 과일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빙수도 준비해 놓았다. 아침 11시에 오픈하여 저녁 11시에 문을 닫는 다고 하니 참고 하자.

위치: 동대신동 전철역 2번과 4번 출구 사이
문의: 051) 255-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