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레임으로 눈뜨기/영상, 시공간 새롭게 읽기

[movie] 허우 샤오시엔, 희몽 인생_ 우리와 닮은 상처의 대만을 만나다.




희몽인생의 가 즐거울 로 알고 인생은 즐거운 꿈과 같다는 메시지의 영화인 줄 알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 놀다,연극이라는 뜻의 인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전통 인형극의 장인인 리 티안루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영화는 허우 샤오시엔 특유의 롱테이크로 일본에 점령당한 당대 대만의 시대상을 서사적으로 표현하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고, 큰 주목을 받았다.


희몽인생
감독 허우 샤오시엔 (1993 / 대만)
출연 이천록,임강
상세보기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리는 일대기적 형식을 띄고 있는 이 영화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처음엔 리 티엔루라는 인물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실존하는 리 티엔루가 회상조로 읊어 내리는 기구한 삶의 나레이션을 듣고 있자니, 극중에선 그럴 수 있을 것 같던 이야기가 더욱 기구하고 운명적으로 느껴졌었다. 반면, 극중의 극의 장치를 지루하고 당황스럽게 느끼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시모노세키 조약에 의해 대만과 펑후 열도는 일본에 할양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50년 동안 대만을 통치했다.라고 시작하는 나래이션으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리 티안루는 후에 여러 극단을 돌고 자신의 극단을 만들었다가 실외공연을 금지하는 일본의 령이 떨어지자 친구가 만든 대만가극단 레드쟈데에 들어가서 해피 스테이지라는 곳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이렇게 일본과의 전쟁의 영향이 그의 극단생계를 위협하다 결국 2차 대전을 지나는 동안, 일본인들이 정치적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형극을 계속 하게 된다. 영화의 엔딩은 1945년 일본이 패망 후 고물 비행기로 전락한 비행기의 고철 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고철을 팔아 리 티엔루의 공연을 보러가는 그런 아이러니 속에서 끝나는데, 이런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기구한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기쁨()인 인형극을 쭈욱 지켜간 주인공의 인생이 드라마틱했다.




혹자는 일본의 만행을 너무나 담담히 풀어낸 이 영화에서 허우 샤오시엔이 시대를 읽어내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또 자국민이 느끼기에는 분명 개운치 못한 점이 많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선을 배제한 것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궁금해졌다는게, 나만의 생각일까..

 다른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감독은 독특한 카메라 워크를 많이 보여줬는데-  한 사람의 기구한 인생을 짧은 영화 속에 담아내는데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나레이션도 많고 상징성이 가득한 영화였음에도 숨막힘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거장의 노련미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대만의 전통 인형극이 내겐 낯설게 느껴졌긴 했지만, 대만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색다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