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레임으로 눈뜨기/영상, 시공간 새롭게 읽기

[movie] 19금이지만,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Disconnect'



온라인 상의 불통(不通)을 짜임새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언제가부터 온라인이 대두된 후, 영화 속에서 이런 온라인의 단점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그리는 걸 많이 봤다.
테러범이나 범죄자가 국가의 기밀정보를 빼내거나 CIA 직원들에게 도촬당하고 있거나...
혹은 그냥 문제아들이 인터넷으로 나쁜짓을 하는거ㅋㅎ
메세지가 없거나 자극적인 소재로 이용하거나 그정도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말 처럼 트루먼 쇼가 생각나기도 했고-


근데, 우리사회에 정말 뿌리깊게 내린 이 인터넷 세상을-
굉장히 인간적으로 접근한 영화가 바로 '디스커넥트'였다.



포스터만 보고- 마케팅만 보고 나는, 지레 겁을 먹었다.
아... 이건 또 하나의 자극적인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인가.....???
온라인에는 오프라인만큼이나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많이 펼쳐져 있으니깐....????


그러나, 영화는 굉장히 천천히 천천히 - 
'온라인'을 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소중해 지려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게 한다.



어린 아들을 잃은 후로 관계가 서먹해진 '신디'와 '데릭' 부부.


아내를 잃고 단 둘이 남은 아빠 '리치'와 아들 '벤'. 냉냉한 부자 관계.


겉으로는 단란하고 번듯한 가족이지만 - 삐그덕거리는 변호사 아빠와 왕따 아들.


그리고 성공하고 싶은 앵커 '니나'와 불법 성인사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18살 소년 '카일'


네번째 조합 정도가 꽤 흥미롭고- 나머진 지루해 보이는 관계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가장 프라이빗 하다고 여기는 '온라인 사생활'을 염탐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독하고 사연많아 보이지만, 잘 털어놓지 않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외로움을 어떻게 풀까? 어떤 마음일까?
아이의 첫 기일마저 잊어버리는 남편으로 무너진 마음을 누구와 달랠까?
숨막히는 집에서 자란 아이가 왜 삐뚫어지는 걸까? 그게 나쁘다는건 알까?


자극적인 '사건'과 '행동'만 난무하는 영화였다면, 생각해볼 수 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근데.. 지루한 틈 없는 전개였지만- 아주 천천히 곱씹으면서-
옆에 있지만 'disconnect' 되어있는 그들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뒤에 알았지만,
감독이 신예 감독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탁월한 연출력의 소유자 '헨리 알렉스 루빈'이라는 사실!!
先 영화 後 정보를 고집하는 나로서는.. 하하하... 



변호사로 꽤나 성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아빠가-
자살한 아들의 원인을 찾아가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따뜻했고-  '아빠'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싶게 했다.
아들이 죽고나서 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을 바라보면서도-
그저 기다리고 자기 가슴만 두드리는 아내의 모습에 목이 메이면서도- 인내의 힘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영화가 섣불리 그들의 행동을 흑과 백으로 나누어 몰아가지 않아 좋았다.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다.
...


법으로 도덕적 잣대로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우린 인간이라는 인식. 
그런 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는 'disconnect' 되어 있는 관계지-

재산을 홀라당 날려버린 주범도..
심지어 내 아이를 자살하게 한 사건도 중요한게 아니다.


...



'그깟 일로 당신의 삶을 통째로 날려버리지 마세요"



감독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걸까..?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이 나를 잠식시키지 내버려두지 말라고 말이다.


...



초등학교 선생인 베프가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듣고 보면, 그게 선생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 아이가 다치거나 친구와에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 하면 개떼같이 일어서는 부모들-
시골이라고 해서 도시보다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었다.
친구는 새벽 4시에 카톡이 와서는 '감정의 쓰레기 통이 된 기분이야'라고 했다.

왕따를 시킨 아이, 왕따를 당한 아이, 그 아이의 부모, 그 반의 선생님...
누구의 잘못일까???....를 가리면 진짜 그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그 관계가 회복이 될까?? 그 들의 삶도??


....


딱히 답이랄 걸 얻을 수 없는 영화였다.
하지만, 불행이 닥쳤을 때- 'disconnect'되지는 않으리라.
인간(人間)의 '인(人)'이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을 형상화 한 문자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새출발을 해야하는 이 시점에서 좋은 화살표를 하나 득템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꼭-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을 내 사촌 동생들의 손을 꼭잡고 보고싶은 영화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19금이라는게 좀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론 중딩..흠..고딩부터는 봐도 된다고 봄.
여담이지만 난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친구와 봤다. 
중간에 자극적인 한 컷(?!)으로 거의 멘붕스러워 반 밖에 못봤지만...ㅋㅋ 명작은 일찍봐도 됨.
여튼, 직접적 성행위를 담은 부분은 단 한컷도 없고- 
요즘 아이들의 성적 지식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하니깐 모. ㅎㅁㅎ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더-


카일을 비롯한 청소년들을 유인해서 불법 화상채팅 사업을 하는 '하비'역을 맡은게-
마크 제이콥스라는 사실*ㅁ* 네..마자여..여자들이 환장하는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 의 마크가...
이 글 쓰면서 알았는데~ 진짜 깜놀ㅋㅋㅋㅋ
내가 알던 그 마크가 맞니??? 완젼 럭셔리에 쌔끈한 꽃중년이었는데...조금 빈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