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8 13:02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뷔작 키친.
이 곳에 그녀의 작품 성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즉, 그녀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작가의식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극복과 성장은 개인의 혼의 기록이며, 희망과 가능성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격렬하게 혹은 차분하게 싸우면서 일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이 단행본을 바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녀의 후기다. 그래, 온통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던 그녀의 책이 결코 비극적이라거나 암울하고 뇌쇄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극복려하고 그리하여 아주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그런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녀가 밝혀온 대로 그녀 주변의 그런 긍정적인 사람들 덕분이리라,
나에겐 '죽음'이 가까운 일이 아니지만, 그녀 소설 속의 주인공 처럼, 나를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할머니의 죽음, 아껴주던 지인의 죽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
'죽음'이라는 단어를 '부재' 로 대신할 수 있다면, 나 역시 주인공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 아닐까, 하고 굉장히 공감갔다.
여기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에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희망'으로 가는 길.
그리고 하나 더,
보통 작가들의 문체를 꽤나 따지는 편인데,
그녀의 섬세하고 세세한 감수성은 마치 소녀와 같아서, 그녀가 그리운 이나 사랑하는 이를 묘사할 때면, 나의 가족이, 나의 애인이, 나의 친구들과의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던 그들에 대한 감각을 묘하게 찾아헤메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려놓은 수많은 일상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나의 삶 속으로 가져와 박아넣는다.
이래서 언어엔 생명력이 살아 숨쉰다고 하는 거구나..
내가 그저 흠뻑 느끼고 싶다- 외엔 뭐라 표현할 수 없던 그런 풍경들이
모조리 그런 언어들로 인하여 하나하나 빼곡히 기록되어온다. 그 풍경, 그 느낌 거기 서있는 내가 그대로....
아, 그리고 또 하나.
제목 ' 키친'. 주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따스한 시각이 묻어나서,
덩달아서 나도 주방이 좋아졌다. 촬영만 3번 이상은 한 것 같다.
그렇게 하고 보니 단순한 주방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요리를 하는 엄마와 식사를 하는 가족들 혹은 사람들의 풍경부터,
그 식사를 하고 느낄 이들의 마음 혹은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전해져 빚어내는 세상의 풍경, 마음의 풍경,
친근함, 편안함, 안정감, 포만감 그런 것들..
그런 것들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키친과 만월의 [미카게, 유이치, 에리코,소타로,노리와 구리]
달빛 그림자의 [사츠키, 우라라, 하라기, 히토시,유미코]
아마도 난 미카게와 사츠키를 .. 특히나 미카게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 강렬한 인물은 아님에도, 조금은 더디고 많이 아프지만,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조금씩 손에 넣어가는 그런 모습이 나는 왜 그렇게 애처롭고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 안다.
이건 흔히들 책에서 읽는 동경이 아니라, 동감이라고 하겠지...
간만에 만난,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게 해주는,
그런 일상의 소소하고도 빛나는 주방만큼 아름다운 책이었다.
P.S: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모조리 읽고 싶다.!!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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