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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으로 눈뜨기/여행, 느리게 걷기

[유럽여행] 로마에 가기도 전에 깨달은 명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너무도 많이 쓰이는 이 말은 로마에 들어서기도 전에,

파리에서 절절이 느낀 말이었다.

여행에 성공적이란 표현은 매우 낯설지만, 

그럼에도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될 것을 하나 뽑으라면

꼭 '언어'를 뽑고싶다.

 


@ 해질 무렵의 사이요궁 앞 광장


 

 

우리에겐 바디랭귀지가 있잖아! 

당당한 자신감으로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고 있지만ㅎ

똑같이 주어진 예산과 시간 속에서 그 나라를 더 잘 느낄수 있게하는 건 언어였다.

 

한국어 이외에는 반토막 실력인 영어가 전부인 나는,

프랑스 땅을 밟는 순간부터 멘붕이었다.

런던에서 타고 온 페리가 파리라며 나를 떨구어 낸 곳은,

파리 시내의 끄트머리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고-

새벽 6~7시 경에 도착한 터라 물어볼 이 하나없는 썰렁한 지하철 내엔

불어로 잔뜩 적힌 지하철 노선표만 있을 뿐이었다.

영어로 안내되는 자동발권기는 파리노선표와 요금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내겐 말짱 도로묵ㅠ

 

심지어 파리에 묵을 게스트하우스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중전화기를 사용할 줄 모르거나, 그 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거나 둘 줄에 하나였던 것 같다..ㅎ

 

 

그 외에도 혼자 갔던 식당에서 영어를 모르는 종업원에게 주문조차 하지 못해 면박을 당했고,

어눌한 영어에도 귀찮음을 한껏 묻어 말하던 지하철 매표소 직원이 집어(?!) 던지는 표와 잔돈에 당황했으며,

아직도 낯설기만 한 파리의 지하철 시스템에 잘못 내리거나 환승역에서 또 다시 표를 구매해야 되는 일이 

자꾸 반복됐다. 하루에 4~5장에 표를 끊어본 적도 있는 것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표 한 장당 15,000원 이상을 호가하는 금액이었기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었다.

그런데도 나홀로 여행객이었던 나는 길거리에서 맘 편히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일부러 영어공부 한다며, 사람들이랑 대화해 보겠다며

이상하다 싶음 런더너들을 붙잡아 놓고 몇 번이고 방향을 묻던 영국과는 딴판이었기에 

더욱 파리가 유럽 오지(?!) 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살짝 건방지고 불쾌한 나라라며 투덜거리기도 했고 .. ^^;;

 

 

이런 일들로 다음에 파리에 갈 땐 불어를 공부해 갈테야! 라고 '언어 극복'을 다짐했지만,

돌이켜보면 여행을 하는 단 몇 일 간이라도 '진정한 파리지앵'이 되고 싶은 여행자라면

언어만큼이나 파리에 대해서 다문화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이해하고 떠나길 권하고 싶다.

한 마디로 '문화 스펀지'가 되라는 것. 

 

 

이런 생각은 파리의 두 번째 인상이었던

지하철 역 출구에서 만난 흑인들 때문이었다.

 

 

정말 어렵사리 도착한 곳은 파리의 숙소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이다. 

언어 다음으로 그 곳에서 받은 두 번째 멘붕이 바로 흑인에 대한 내 인식이었다.

픽업을 기다리는 내내 내 주변을 힐끔거리며 서성거리고,

큰 덩치에 어슬렁 거리는 걸음거리는 내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한 흑형은 내게 말도 걸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던 말들..!!

 

 

@ 파리 마레지구의 디저트 가게 앞에서 만난 거리예술가

[ 거기서 봤던 흑형은 이렇게 귀엽게 입은 1명의 흑형이 아니었다...ㅠ ^ ㅠ ]

 

 

가깝다고 분명 그랬는데, 꽤 오랜시간 나는 기다려야 했고 겨우 픽업차가 도착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돈을 내고 숙박하는 고객인 나에게 그닥 친절하거나 미안해하는 구석이 없었다.

이런 불편한 감정도 돌아보니 자본주의 사회에 찌든 내가 낯설게 느꼈던 감정이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이래저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 탔고 24시간 가량 참아왔던 한국말을 주저리 쏟아냈다.

그러다 예상 외로 파리 시내에서 외곽에 떨어져 교통이 불편했던 점,

지하철 역에 흑인들이 많아 놀란 점 등을 설명하던 쯤에 날카로운 목소리에 비난이 들려왔다.

 

성범죄 1위인 한국에 길은 그럼 어떻게 다니고 있냐고 말이다.

파리의 흑인들의 범죄율은 한국에 범죄율보다 낮다며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찍쩝(?!)대거나 위협하려던 것이 아니라,

단지 담배를 팔려고 했던 것 뿐이라고 했다.

 

짧았던 그 상황이 다시 해석되며 얼굴이 발개졌다.

처음 만난 이에게서 느끼기엔 좀 지나칠만큼 섭섭했던 마음은 곱씹을 수록 부끄러움으로 다가와

남은 20여일의 유럽여행에서 몇 번이고 곱씹어보게 해주었다.

 

 

그 뒤에 만난 또 다른 쇼킹한 파리 역시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백인 프랑스인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한 번 포스팅 했었지만, 개선문 앞에서 만난 포르투칼 사람들.

조용한 개선문을 뒤흔들던 그들의 외침을 페스티벌같이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건

앞선 사건에서 받은 생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난 유럽 지하철 폭탄과 같은 뉴스 한 켠에서 보았던 사고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고..

날라리 국민이라며 포르투칼인들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을 얻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 파리의 마레지구에서 만난 거리예술가

 [ 지하철 역을 서성이던 흑형들도 이렇게 개구진 표정에 악의없는 평범한 10대 였을지도 모른다 ]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번 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일본어로 길을 묻는 외국인의 모습을,

찌개를 함께 먹는 한국인을 보고 더럽다고 말하는 외국인의 모습을,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알고'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그 곳의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여행의 기쁨을 최대화 하는 길이라는 점을

오늘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넣어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간단명료한 오늘의 교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