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수다, 그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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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많이 쇄락했지만, 5년 전만 해도 부산의 최고가 부동산 지역이었던 동대 신동은 낙후라는 표현을 쓰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작지만 여전히 북적이는 시장통, 옛 명성은 잃었지만 주민들의 건강과 친목 도모 장소로 안성 맞춤인 구덕 운동장,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의 조우가 멋진 꽃동네로 향하는 길목이 주민들 가까이 밀착되어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학교가 꽤 있어 웬만한 식당과 카페 등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곳에 위치한 카페 ‘드가’는 담배 연기 없이 주부들이 차 마시기 좋은 곳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취재 전 알고 지냈던 ‘드가’의 작고 소담한 카페 안은,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와 몇가지 전문 그림 서적으로 채워져 있어 커피와 그림을 좋아하는 듯한 여주인의 카페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네 카페에서 찾을 수 없었던,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카페를 만나니 반가웠다. 그리고 리 모델링 된 드가를 다시 한 번 방문했을 때, 갤러리 카페로 한 층 더 그 폭이 넓어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제일 먼저 궁금했던 질문은, ‘드가 좋아하세요?’ 였다. 무희 그림을 즐기는 드가, 그래서 혹시 주인장이 무용을 전공한 건 아닌가? 한 쪽 구석에 살며시 올려져 있는 책, 폴 발레리의 책 ‘드가,춤,데생’를 보며, 글쟁이는 아닌가, 그녀를 기다리며 수 많은 상상의 가지치기를 해갔다. 그리고 한 창 후에야 무더위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주부들을 위한 수다 공간으로 시작한 이곳은 카페에서 갤러리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고, 멀티샵으로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멀티샵은 황미숙씨가 평소 눈여겨 봐뒀던 상품들을 구매해 와 주부들이 차를 마시면서 쉽게 쇼핑도 할 수 있도도록 만들어 졌다. 물건은 한 달에 5번 정도 직접 구매를 해와 신상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오래도록 좋은 그림을 보며 익혀온 안목이 일상 생활 소품을 고르는 센스에서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화가 이 영씨가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갖고 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듯 그녀 역시 ‘드가’를 차 마시는 커피숍을 넘어 서구민들이 예술적인 정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익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고자 한다. 특히, 주부 층 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카페’로서 시작단계인 드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여러 기획전과 함께 일반인 및 학생들에게 무료로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문화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위치: 동대신동 전철역 2번과 4번 출구 사이 <글=김민정 기자, 사진=김태열 기자> 등록일자 : 2010-08-19 |